남들은 동화책이라 부르지만, 저에게 이 얇은 책은 30대가 넘어서야 비로소 읽을 수 있었던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철학서였습니다. 학창 시절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허무맹랑한 판타지로만 느껴져 덮어버렸던 이 이야기를 다시 집어 든 것은 야근에 지친 어느 금요일 밤이었습니다. 장미와 여우와 별을 이야기하는 작은 왕자의 목소리 뒤에 숨겨진 고독과 사랑의 무게를 이해하게 된 순간, 저는 알 수 없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어린왕자 서평을 통해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1. 어린왕자 서평: 어른이 되어서야 보이는 본질적인 슬픔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어른들이 모자라고 답하는 장면은, 예전에는 그저 유머러스한 우화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저는 그 어른들의 모습이 바로 나와 다름없다는 사실에 움찔하게 됩니다. 숫자와 효율에만 관심을 두고, 눈에 보이는 성과로만 세상을 판단하려는 우리의 일상이 작가가 비판했던 그 어른들의 세계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가 어린왕자를 만나 비로소 잊고 있던 동심과 상상의 세계를 되찾아가는 여정은, 매일 아침 출근길에 하늘 한번 올려다보지 않는 저에게 무언의 꾸짖음처럼 느껴졌습니다.
2.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 여우의 가르침
주인공이 지구에서 만난 여우가 건네는 말에서 저는 가장 오래 머물렀습니다. 여우는 자신을 길들여달라고 부탁하며 말합니다. 길들인다는 것은 서로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요. 수천 송이의 장미꽃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에서 정성껏 물을 주고 바람막이를 해주며 투정을 받아준 단 한 송이의 장미를 대신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소홀히 대했던 오랜 관계들을 떠올렸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친구, 고마운 줄도 모르고 당연하게 여겼던 가족의 헌신이 불현듯 떠올라 전화기를 꺼내 든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습니다.
3.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여유를 되찾으며
어린왕자는 말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요. 이 문장은 수십 년간 수없이 인용되어 진부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적과 평가에 매몰된 직장인의 시선으로 읽었을 때 그 한 줄은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가슴을 찔렀습니다. 저는 직장에서의 인정, 통장의 잔고, SNS의 좋아요 숫자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 쫓느라 정작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평안과 관계의 깊이를 등한시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덮고 퇴근 후 처음으로 아무 목적 없이 동네 공원을 천천히 걸었는데, 가로등 아래 늘어선 벚꽃 봉오리가 눈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가슴속에 따뜻한 무언가가 차올랐습니다.
어린왕자는 아이를 위한 동화가 아니라, 아이의 눈을 잃어버린 어른을 위해 쓰인 가장 투명하고 처절한 위로의 편지였습니다. 일상의 속도에 지쳐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가고 있는 분이라면, 조용한 밤 이 작고 얇은 책 한 권이 드리는 따뜻한 질문에 귀를 기울여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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