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 앞을 지나갈 때마다 풍기는 고소한 빵 냄새에 발걸음을 멈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특히 겉은 바삭하게 갈라지고 속은 쫀득하게 기포가 살아 있는 사워도우 빵에 매료된 저는, 어느 날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이스트 없이 밀가루와 물만으로 천연 발효종을 일으키고 그것으로 진짜 빵을 구워보겠다는 결심이었습니다. 완성까지 꼬박 2주가 걸린 이 여정은 수없이 실패하고 좌절했지만, 마침내 오븐 문을 열었을 때의 감동은 그 어떤 요리보다 강렬했습니다.
1. 천연 발효종 만들기, 밀가루와 물만으로 시작한 기나긴 기다림
사워도우 빵의 핵심은 상업용 이스트가 아닌 천연 발효종, 이른바 '스타터'입니다. 깨끗한 유리병에 통밀가루와 미지근한 물을 1대1 비율로 섞고, 매일 같은 시간에 절반을 버리고 새 밀가루와 물을 보충해 주는 단순한 반복 작업입니다. 하지만 단순하다고 해서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3일간은 아무런 변화가 없어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닌지 불안했고, 4일째 되는 날 병 속에서 쿰쿰한 악취가 올라왔을 때는 실패했다고 판단하여 쏟아버릴 뻔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베이킹 커뮤니티에서 이 시기가 발효 과정의 정상적인 단계라는 조언을 보고 참을성 있게 계속했더니, 7일째부터 상쾌한 과일 향과 함께 보글보글 기포가 활발하게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야생 효모와 유산균이 밀가루 속에서 서서히 집을 짓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외감마저 느꼈습니다.
2. 첫 사워도우 빵 굽기에서 맞닥뜨린 처참한 결과
발효종이 안정적으로 활성화된 것을 확인한 뒤, 마침내 반죽에 들어갔습니다. 강력분과 스타터, 소금, 물을 섞고 수시간에 걸쳐 접기 작업을 반복한 뒤 냉장고에서 하룻밤 저온 숙성시켰습니다. 다음 날 아침, 떨리는 손으로 반죽을 꺼내 예열된 더치오븐에 넣고 뚜껑을 닫았습니다. 30분 뒤 기대에 부풀어 오븐을 열었지만 나온 것은 납작하게 주저앉은 돌덩이였습니다. 오븐 스프링이라 불리는 극적인 부풀림은 온데간데없고, 칼집을 넣은 자리도 벌어지지 않은 채 딱딱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발효종의 활성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반죽에 넣었고, 접기 작업도 횟수가 너무 적어 글루텐 구조가 탄탄하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3. 세 번째 시도 끝에 만난 완벽한 크러스트의 감동
두 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세 번째 시도에서는 스타터가 투입 후 4시간 이내에 두 배로 부풀어 오르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본 반죽을 시작했습니다. 접기 작업도 30분 간격으로 여섯 차례나 꼼꼼하게 반복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오븐 문을 여는 순간 주방 가득 퍼진 사워도우 특유의 새콤하고 고소한 향기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빵 표면은 호박색으로 그을리며 칼집을 따라 아름답게 벌어져 있었고, 잘라보니 속은 윤기 있는 기포들이 불규칙하게 분포한 촉촉하고 쫀득한 크럼이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버터 한 조각을 녹여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혀끝에 감도는 은은한 산미와 깊은 풍미에 두 눈이 절로 감겼습니다.
사워도우 빵 홈베이킹은 요리라기보다 미생물과의 공동 작업이자 인내의 수련이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효모균이 밀가루 속에서 저마다의 속도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믿고 기다리는 과정은, 결과만 좇느라 과정을 등한시하던 제 삶의 태도까지 되돌아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