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려본 적이 있으신가요? TV와 SNS에서는 모두가 맛있는 것을 먹고 예쁜 곳으로 여행을 다니며 '행복한 삶이 정상'이라고 외칩니다. 저 역시 남들처럼 반짝이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조금이라도 우울하거나 일이 꼬일 때면 저 자신이 큰 실패자가 된 것 같아 자책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다 철학의 이단아이자 극단적 염세주의자로 불리는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소품과 부록)'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삶은 기본적으로 고통의 연속이라고 쿨하게 인정해 버린 쇼펜하우어 인생론 리뷰 와 함께, 기이하게도 그 어두운 철학이 저를 어떻게 지옥에서 건져냈는지 경험을 나눕니다.

1. 고통은 삶의 디폴트 값, 행복은 고통의 부재일 뿐

쇼펜하우어의 통찰 중 저의 뒤통수를 강하게 때린 것은 바로 "우리의 인생은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는 명제였습니다. 인간은 무언가를 결핍하여 욕망할 때는 고통스럽고, 막상 그것을 손에 넣으면 곧바로 지루함과 권태에 빠져드는 비극적 존재라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무리해서 첫 차를 샀을 때의 기쁨은 고작 한 달을 가지 못했고, 다시 더 좋은 차를 타는 사람들을 보며 결핍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저는 '행복 이란 원래 지속되기 힘든 환상에 불과하며, 삶의 본질은 무거운 고통'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직면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인생은 원래 힘들다"는 팩트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인정하고 나니,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우울감에 대해 더 이상 방어하거나 자책하지 않게 되는 엄청난 해방감을 맛보았습니다.

2. 쇼펜하우어 인생론 리뷰: 타인의 눈치에서 벗어나는 고독의 힘

그는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독설을 날립니다. "타인의 머릿속은 내 진정한 행복이 깃들기에 너무 초라한 곳이다"라는 문장은 남의 평판에 목숨을 걸던 제 과거를 산산조각 냈습니다.

2-1. 나비의 삶에서 벗어나기

  • 허영심 버리기: 직장 생존을 위해 퇴근 후에도 억지로 술자리에 참석하며 인맥을 관리하려 애썼던 파김치 같던 제 모습이 부끄러워졌습니다.
  • 자발적 고독의 실천: 쇼펜하우어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자들만이 끊임없이 무리지어 다니려 한다고 꼬집습니다. 이 조언에 용기를 얻어 저는 의미 없는 저녁 모임들을 모두 끊어버렸습니다. 처음엔 무리에서 도태되는 것 같아 두려웠지만, 오롯이 혼자 책을 읽고 사색하는 고독의 시간을 즐기면서 제 내면이 훨씬 단단해짐을 느꼈습니다.

3. 쾌락을 좇지 말고 재앙을 피하라

행복주의자들은 무언가 더 많이 가지면 기쁠 것이라 충동질하지만, 쇼펜하우어는 행복의 비결이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에 있다고 말합니다. 요행을 바라고 주식 단타나 코인에 뛰어들어 한탕을 꿈꾸던 제게, 일상의 소소한 건강을 유지하고 빚이 없는 잔잔한 오늘 하루가 얼마나 거대한 축복인지 일깨워준 대목입니다. 미친 듯한 쾌락을 좇는 대신, 불행과 질병이 없는 잔잔하고 무탈한 하루에 엎드려 감사하는 태도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쇼펜하우어를 보고 희망도 없는 어두운 철학자라 욕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억지로 긍정 정서만을 강요하는 독성 긍정주의(Toxic Positivity) 시대에, 그의 가르침은 상처받은 마음을 식혀주는 차가운 물수건과도 같습니다. 인생이 풀리지 않아 내 탓만 하며 괴로워하고 계신다면, 쇼펜하우어의 서늘하고도 예리한 인생론을 통해 기대를 바닥까지 낮춤으로써 역설적인 자유와 위안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