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입문 시절 저는 만사에 '돈 아끼기'라는 극단적인 신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대형 할인점 만원 코너를 서성이며 가장 얇은 프라이팬과 손가락으로 눌러도 구겨질 법한 얇은 플라스틱 휴지통을 집어 들고는 몹시 뿌듯해했습니다. 그러나 그 미련한 선택이 저의 삶을 조이기엔 긴 시간이 필요 없었습니다. 프라이팬은 한 달 만에 코팅이 다 타버려 설거지가 매일의 노동이 되었고, 저질 휴지통을 타고 새어 나온 음식물 냄새는 퇴근 후 원룸 전체에 시궁창 향을 퍼뜨려 저를 고통의 나락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매일 밤 물건들을 저주하다가 참지 못하고 모두 버린 뒤 재구매를 하는 헛돈 쓰기를 여러 차례 경험한 뒤, 매일 피부에 닿는 필수재에는 맹수처럼 공격적으로 지갑을 열어야만 몸이 구원받는다는 불변의 진리를 깨우쳤습니다.
벌레와의 처절한 이별 선언, 진공 밀폐 쓰레기통
제가 가장 강력하게 간증하는 기적의 첫 번째 아이템은 단연코 특허받은 밀폐형 진공 쓰레기통입니다. 한 평짜리 부엌에 모아둔 쓰레기에서 초파리가 미친 듯이 알을 까서 부화하던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온몸이 가렵습니다. 저는 이를 갈며 일반 쓰레기통보다 훨씬 고가인 압력 차단 설계 휴지통을 거금 들여 들였습니다. 효과는 그야말로 경악스러웠습니다. 한여름에도 양파 썩는 냄새가 원천 차단되었고, 그 지독하던 날벌레들이 제 시야에서 영구적으로 소멸했습니다. 스트레스 없이 봉투가 가득 찰 때까지 버티게 되니 오히려 종량제 봉투 구매량이 급감하여 손익 분기점마저 넘겼습니다.
려 들어가는 듯 제 척추를 치밀하게 지탱하는 감촉을 처음 맛본 날 전 눈물 섞인 웃음을 뱉었습니다. 그 단 한 장의 매트매일 맞는 물줄기가 행복을 낳는 필터 샤워기
오래 축적된 배관 녹물이 가져온 붉은 트러블과 졸졸거리는 수압은 제 퇴근길을 암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씻어도 씻은 것 같지 않은 침침한 물살에 질려 지푸라기를 잡듯 구매했던 고수압 정수 필터 샤워망은 제 생활의 궤도를 완전히 뒤틀었습니다. 교체하자마자 피부를 때리는 짱짱한 폭포수 같은 강수압에 세정 시간은 절반으로 깎였고, 한 달 만에 필터가 새까맣게 변색된 것을 목격하고는 속이 다 후련하면서도 소름이 돋았습니다. 낡은 원룸에서 고급 호텔 스파 남부럽지 않은 맑은 물과 수압 조절의 5분은 제 심리 치료사이자 에너지 충전제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박살 난 척추를 봉합해 준 고밀도 침대 토퍼
침대 살 돈을 굳히겠다며 두께가 얄팍한 목화솜 요에 등을 뉘었던 1년의 시간은 제게 만성 요통과 수면 부족이라는 질병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아침마다 비참하게 구부정한 허리로 잠을 깨던 저는 결국 백기를 들고 7센티 특대형 고밀도 메모리폼 토퍼를 질렀습니다. 푹신한 구름 무리에 빨리스가 악몽 같던 불면증을 모조리 씻어냈고 아침 기상 시의 육체적 해방감을 폭발시켰습니다. 가장 오래 머무는 잠자리에는 구두쇠처럼 행동해선 안 됨을 절절히 통감했습니다.
나를 존중하는 지출의 경계선
1인 가구 자취생이 생활비의 압박을 받는 것은 숙명이지만, 내가 먹고 자고 호흡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생필품의 질마저 바닥으로 쳐박으면 결국 내 존엄마저 무너집니다. 유행성 쓰레기를 사는 대신 삶의 축을 단단하게 지탱해 줄 최고 효율 아이템을 선별함으로써 저는 저 자신을 무척이나 아끼며 사랑하는 어른으로 자립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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