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떨어져 온전히 독립한 나만의 자취방은 단단하고 안전한 요새여야 하지만, 때때로 끔찍한 공포를 선사하는 밀실로 변하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 머물렀던 집은 월세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CCTV 하나 없는 보안망 최하급의 복도식 건물이었습니다. 비가 오던 어느 늦은 밤, 무언가에 홀린 듯 누군가가 제 방문의 도어락 비밀번호를 수십 분간 무작위로 누르고 도망가는 아찔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경고음이 울려 퍼질 때 이불 속에서 식은땀을 흘리던 그날의 기억은 거대한 충격이었습니다. 즉각 경찰을 불렀지만 확실한 범인을 잡아내지 못했고, 결국 스스로의 안전은 내 손으로 통제해야만 한다는 서글프고 차가운 현실을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전자 장치의 한계를 막는 아날로그 안전고리
신고 직후 벌벌 떨며 제가 가장 먼저 실행한 것은 오로지 기계식 도어락 하나만 믿었던 안일함을 뜯어고친 것입니다. 집주인에게 연락해 허가받은 뒤 외부 침입에 대비한 튼튼한 이중 잠금장치를 달았습니다. 도어락 상단에 두껍고 단단한 체인형 안전고리를 제 돈으로 설치했습니다. 외출 시 잠그고 푸는 동작이 약간 늘어나 귀찮긴 했지만, 잠들기 전 쇠사슬을 굳게 거는 순간 느껴지는 든든한 평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습니다. 배달 음식을 받을 때에도 문을 아주 살짝만 열어 건네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타인과의 외부 접촉 불안감을 완전히 종식시킬 수 있었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차단하는 저층 창틀 봉쇄
저층에 살고 있던 제 원룸은 길을 걷는 행인들의 위치와 창문 높이가 거의 동일했습니다. 밤에 형광등을 켜면 방 안의 실루엣이 복도로 훤히 비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는 절망했습니다. 저는 이듬해 두껍고 어두운 색질의 암막 커튼을 구매하여 방 내부 불빛이 단 한 치도 나갈 수 없게 완벽히 차단했습니다. 또한 여름에 환기할 때 창문을 뜯고 들어올까 두려워, 철물점에서 창문이 10센티미터 이상 열리지 못하게 나사로 고정하는 창문 방범 스토퍼를 구매해 끼웠습니다. 이 장치 덕분에 안심하고 선선한 여름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었습니다.
귀갓길 스스로 만드는 동선 보안 습관
방의 벽을 단단히 하는 것 못지않게 무서웠던 점은 어두컴컴한 골목을 걸어 들어오는 퇴근길 동선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음악을 크게 틀고 이어폰을 꽂은 채 휴대폰만 응시하며 야간에 귀가했지만, 그것이 맹수를 등진 초식동물 마냥 제 자신을 무방비로 노출시킨 최악의 습관임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저는 밤길을 걸을 땐 이어폰을 뺀 채 발걸음 소리에 오롯이 집중했고, 도어락 번호를 누르기 전엔 한 번쯤 뒤돌아 계단 유무를 살피는 본능을 키웠습니다. 배달 앱을 사용할 땐 항상 문 앞 비대면 옵션을 설정하여 집 호수 노출의 부작용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두려움을 넘어 스스로를 방어하는 당당함
원룸의 방범과 범죄를 막는 수칙은 약간의 과잉 반응과 유난스러움이 필수 덕목입니다. 그깟 귀찮음과 오버한다는 시선으로 얼버무리기엔 1인 가구의 가장 사적인 침해당했을 때의 후폭풍은 생명과 직결됩니다. 몇 번의 떨리는 야간 소동을 이겨내고 스스로 마련한 단단한 안전바 뒤편에서 잠을 청하니, 비로소 자취방은 저만의 달콤한 천국으로 회복되었습니다. 보안에 투자한 시간과 작은 금액은, 험난한 세상에서 내가 내 두 발로 단단히 서서 버텨내겠다는 어른으로서의 강인한 일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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