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어떤 민족은 첨단 과학기술을 누리며 부를 축적했고, 왜 어떤 민족은 여전히 원시적인 수렵 채집 단계에서 가난에 허덕일까요? 우리는 무의식중에 그 원인을 인종적 우월성이나 유전적 지능의 차이로 치부하려는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서구 문명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역사를 보며 ‘그들이 무언가 특별히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막연히 오해했었습니다. 하지만 700 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을 넘기는 동안, 제 머릿속을 굳게 지배하던 편견의 장벽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역작, ‘총, 균, 쇠’ 리뷰를 통해 인류 역사의 불평등에 대한 저의 단단한 시야 확장을 다루어 봅니다.
1. ‘총, 균, 쇠’ 리뷰: 지능도 인종도 아닌, 환경의 차이라는 신선한 충격
책을 읽으며 제가 가장 크게 놀랐던 통찰은, 대륙 간의 문명 격차가 결코 인간 생물학적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오직 ‘지리적 환경의 우연’에서 비롯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저자는 유라시아 대륙이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대륙과 달리 ‘동서 방향’으로 넓게 뻗어 있다는 단순한 지리적 사실 하나로 시작합니다. 위도가 비슷하면 기후와 식생이 비슷하기 때문에 농작물과 가축이 쉽게 전파될 수 있었고, 이는 곧 거대한 농업 문명의 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흑인 빈민가를 보며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치부했던 제 지난날의 얄팍한 시각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총, 균, 쇠’ 리뷰를 남기는 오늘, 운 좋게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이 겸손함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2. 가축화와 작물화가 가져다준 가혹한 병균과 무기의 지배
밀과 보리 같은 영양가 높은 식물을 작물화하고, 말이나 소 같은 대형 포유류를 가축화할 수 있었던 환경적 혜택은 단순히 식량 생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인구 밀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무기와 기술(총과 쇠)을 전담할 계급이 생겨났고, 가축과 비좁은 공간에서 살아간 유라시아인들에게는 치명적인 전염병(균)에 대한 막강한 면역력이 생겼습니다. 훗날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정복할 때, 총칼보다 앞서 원주민들을 몰살시킨 것이 그들이 몸에 품고 간 천연두 병균이었다는 끔찍한 역사적 진실은 저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자연의 법칙이 타 민족에게는 생화학 무기처럼 작용했다는 사실에 역사의 잔혹함을 느꼈습니다.
3. 문명의 불평등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정치·경제적 불평등을 가장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는 해답지였습니다. 저는 책을 다 읽은 후 뉴스에서 아프리카의 기아나 내전 소식을 접할 때, 그들을 동정하거나 열등하게 바라보던 시선을 완벽하게 거두게 되었습니다. 그저 그들이 정착할 수 있는 튼튼한 벼와 식물과 길들일 수 있는 가축이 없는 척박한 땅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차별하고 우월감에 빠지기 쉬운 현대 사회에서,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통찰은 타인을 이해하는 차갑지만 매우 합리적인 이성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세상의 불합리와 불평등의 근원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다소 두껍더라도 반드시 시간을 내어 이 거대한 환경 결정론의 바다를 항해해 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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